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3.28 15:21

모녀-형제 대결서 형제 측 이사 5명 선임…OCI "통합 절차 중단"
국민연금 모녀 손 들었지만…소액주주 표심에 형제 승리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일괄 투표용지를 손에 들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 그룹 출범이 무산됐다.

국민연금공단이 통합에 찬성하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측 손을 들어줬지만, 소액주주가 통합을 반대하는 형제 측을 지지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OCI 측도 소액주주의 뜻을 받아들여  "통합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식화했다.  

28일 오후 12시 30분께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신텍스)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이 추천한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후보자의 이사 선임이 모두 부결됐다.

반면 임종윤·종훈 사장의 측이 제안한 후보인 임종윤 전사장(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사내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 고려대 교수(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사외이사) 등 5인은 모두 선임됐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이사진이 모두 선임되면서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총 9명 중 5명을 형제측이 차지하게 됐다. 이로써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이날 주총에서는 회사 이사회에서 추천한 '이사 6명 선임안'과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는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의 '이사 5명 선임 주주제안'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다. 양측 후보자 총 11명 선임안을 일괄 상정해 모두 5명을 선임했다. 

이날 회사측 이사회가 제안한 이사들은 모두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41%에서 42% 수준으로 보통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반면 임종윤 후보는 52.2%, 임종훈 후보는 51.8% 등의 찬성 표를 얻어내면서 5인이 이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출석 주주는 대리출석을 포함해 216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소유 주식 수는 5962만4506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6776만3663주)의 88.0%를 차지했다. 

대립하는 양측은 표 대결을 통해 이사회 구성안을 다퉜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모녀 측 우호지분은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국민연금공단까지 더해 42.66%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 우호지분은 신동국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40.57%로, 양측의 지분차는 2.09%포인트에 그쳤다. 양측의 지분율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승패를 갈랐다. 소액주주들이 형제편에 대거 가담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날 주총은 당초 개회 시간인 오전 9시보다 3시간 30분 가량 지체됐다. 출석 주주 위임장 집계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주총에는 임종윤·임종훈 형제와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송 회장은 건강 상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은 주총 안내서 인사말을 통해 "새로운 한미의 시대를 열 첫 발걸음을 떼는 날"이라며 "OCI그룹과의 통합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빅파마'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송영숙 회장이 주주총회에 불참하면서 정관에 따라 신성재 전무가 주총 의장을 맡았다. 

일부 주주는 미등기 임원의 의장 권한 대행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주주는 "미등기임원은 의장 권한 대행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등법원의 판례가 있다"며 "절차 적법성을 따져보고 의장 불신임 등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주장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전사장도 신 전무가 자신을 "전무이사"라고 소개하자 "등기이사가 아닌데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OCI홀딩스는 이날 주총 직후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OCI홀딩스는 이날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양사 통합에 반대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추천한 후보 5명이 이사회에 선임되자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고 발표했다.

통합이 불발되면서 한미 측 인사 2명이 OCI홀딩스 사내이사 후보에서 물러났다. OCI홀딩스는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지만 두 명 모두 후보에서 자진 사임했다.

소액주주들의 선택을 받은 임종윤 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주라는 원 팀은 법원도 이기고 국민연금도 이겼다"며 "한미사이언스의 브랜드를 다시 확립해 긴급하게 복구할 것이다. 예전에 한미에서 나간 분들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그동안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주주들과 전 현직 임직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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