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2.28 12:04
안덕근(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8일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GCC 사무총장과 '한-GCC FTA 협상 최종 타결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8일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GCC 사무총장과 '한-GCC FTA 협상 최종 타결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한국이 28일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아랍에미리트·오만·카타르·쿠웨이트 등 중동 6개국 협력 기구인 걸프협력이사회(GCC)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상 타결은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보다 먼저 '걸프 FTA'를 뚫었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한층 강화되는 자동차·방산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앞세워 '신(新)중동 붐'을 확산하고,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 기반도 구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은다.

한-GCC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품목 수 기준 89.9%의 관세를, GCC는 76.4%의 관세를 철폐한다. GCC 측은 이에 더해 4.1% 상품의 관세를 감축한다. 특히 GCC 국가는 내연기관 자동차(5~20년), 자동차 부품(10~20년), 기계류(즉시~20년), 무기류(즉시~20년)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붙이던 5% 관세를 최장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무기류의 경우는 로켓 발사기, 미사일, 탄약, 포, 전차·장갑차 등 대부분 제품의 관세를 없애기로 해 'K-방산'의 중동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성이 높은 수출 유망 품목도 관세 철폐 대상에 대거 포함된다. 먼저 소고기, 인삼류, 조미김 등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K-컬처'를 타고 인기가 높아지는 'K-푸드'의 수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피부·눈 메이크업 제품 등 대부분 화장품, 의약품, 의료용 기기도 관세 철폐 대상에 들어간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3% 관세, 15년 철폐)·액화석유가스(LPG·3% 관세, 5년 철폐), 중유·벙커C유 등 일부 석유제품(3∼8% 관세, 10~15년 철폐), 알루미늄 제품(1~8% 관세, 즉시~15년 철폐) 등 GCC의 주력 수출품에 붙이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 중 10.2%에 해당하는 나프타는 FTA 발효 즉시 0.5%의 관세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다만 양측 간 양허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입이 가장 많은 원유는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9위인데다 우리의 다섯 번째 교역대상국(연간 교역액 1026억달러)인 GCC와의 FTA 효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자동차·방산·기계 등 주력 수출제품은 물론 식품·화장품·의약품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품목들이 관세철폐·인하 대상에 대거 포함되면서 '오일 머니' 기반의 거대 GCC 시장에서 경쟁력이 대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 기반이 강화되고, 주요 에너지·자원 품목을 원자재로 활용하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경쟁국 보다 먼저 FTA 타결에 성공한 것도 호재다. 현재 GCC가 FTA를 맺은 곳은 싱가포르와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4국이 참여한 유럽자유무역연합체(EFTA)뿐이기 때문에 아직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당분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다.

정부는 FTA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양자간 이익 균형을 전제로 보완적 관점에서 협력 방안도 다듬어야 한다. 국회도 비준절차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사에서 의미가 각별한 중동시장에서 새로운 붐을 일으킬 수 있고, 우리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