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기자
  • 입력 2018.08.20 17:29
정병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

[뉴스웍스=문병도기자] 정병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이 20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2세.

빈소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6시에 치러진다.

경남 하동 출신인 정 전 부회장은 경복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69년 LG그룹에 사원으로 입사해 LG전자와 LG CNS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주로 사업지원과 재무 분야, 최고경영자 등을 맡아 기업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첫 직장은 LG화학이다. 특유의 꼼꼼함과 조직관리 능력으로 입사 15년 만인 1984년 LG화학 자금담당 상무로 승진한 이후 1989년 LG반도체 관리본부 전무이사, 1994년 LG상사 사업지원담당 부사장, 1999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2003년 LG CNS 대표이사 사장 등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LG그룹을 퇴사한 이후 그는 2008년 3월 전경련 상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2013년 2월까지 만 5년간 근무하며 재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는 전경련 부회장 시절 정부에 쓴소리를 날리고 ‘할말은 하는’ 부회장으로 숱한 에피소드를 양산했다. 2010년 9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납품단가연동제’에 대해 작심 비판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그의 주장은 대기업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사원에서 출발해 대기업 최고경영자에 올라 경영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들과 기업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소신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물론 모든 것을 잘한 것은 아니다. 그의 대쪽 같은 성격과 흐트러짐 없는 모습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종종 반대세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역할을 했던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을 총애하며 전경련 내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기자들과 반목하는 사태를 가져온 것은 오점으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이승철 전 부회장을 후계자로 키우지 않았다면 전경련이 지금처럼 쪼그라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에서도 피해갈 수 없다. 지금의 전경련의 모습이 된 것에 정 부회장의 책임도 일정부분 있다는 얘기다.

인간이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그의 잘못된 부분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일방적일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남긴 족적 가운데 잘못된 것 보다 잘한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LG그룹과 재계의 발전에 그가 남긴 공적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만큼 열심히 산 사람도 드물다. 이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좋은 곳에서 영면하기를 바랄뿐이다. 삼가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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