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3.28 14:39
삼성전자 서초사옥 표지석. (사진=박성민 인턴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표지석. (사진=박성민 인턴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미국 상무부가 28일(현지시간) 주최하는 '반도체 지원금 발표 행사'에서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보조금을 발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발표 일정에 맞춰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주요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원할 반도체 보조금 규모는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 인텔에 보조금 85억달러, 대출 100억달러 등 총 195억달러(약 26조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삼성전자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의 3배가 넘는 파격적인 액수다. 업계는 삼성전자에 지급되는 보조금 액수가 더 많아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정부, 삼성전자에 추가 투자 요구할까

앞서 거론된 삼성전자 보조금 규모는 대만 TSMC에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보다 10억달러가 더 많다. TSMC는 미국에 400억달러를 투입해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250억달러 안팎의 투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TSMC보다 더 적은 금액을 투자하고 더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 

관련 업계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추가적인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삼성전자에 추가 투자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유리한 방향을 선택하면 된다"며 "삼성전자에게 미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현지에 다수의 팹리스 기업이 있는 만큼, 파운드리 수주에 유리하다. 삼성전자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추가 투자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비메모리,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실적을 많이 내야 하는데 TSMC와 격차가 큰 게 문제"라며 "이대로 가다간 2위에서 3~4위로 내려갈 수 있다. TSMC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 내 생산라인 확대는 삼성전자에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장기적 투자까지 고려한다면 현재 거론되는 보조금 규모가 너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공장 건립에 22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향후 20년간 255조원의 금액을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반도체법은 전체 프로젝트 자본 지출의 최대 15%를 보조금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삼성전자가 미국 상무부와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보조금 협상을 진행해 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텔에 거액의 자금을 지급한 것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2위로 도약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서 충분한 자금을 지급받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에 있어 자국 우선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일부 점유율을 인텔에 뺏기게 될 수 있다. 인텔은 또 '칩스법'을 통해 미국 정부에 보조금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글로벌파운드리(15억달러),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1억6200만달러), BAE시스템스(3500만달러) 등 4곳의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으며, 4곳 중 3곳이 미국 기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관련해 "(28일) 보조금 지급이 발표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 사장의 출장 여부도 정확하게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의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의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세액 공제만으로는 불충분…한국도 보조금 지원 나서야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반도체 업체들에 지원되는 보조금이 0원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세액공제를 중심으로 반도체 투자 유치 전략을 펼쳤지만, 업계는 K반도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지속 요구해 왔다.

반도체 학계 역시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 기업 원가 부담을 줄여야만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일본·대만·중국 정부에서 수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 사업이 중요하기 때문인데, 한국은 세액 공제도 큰 혜택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도 보조금 지원에 대해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첨단전략 산업 특화단지 종합지원방안’ 등을 의결했다. 2047년까지 681조원 민간투자 계획에 맞춰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가 적기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날 한 총리는 “미국과 일본 등은 보조금을 앞세워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등 전략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정부도 특화단지를 차질 없이 조성하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폭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이는 경쟁국이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경쟁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보조금 지급 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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