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4.03.26 12:10
윤재우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기획경영이사. 대통령실 전 디지털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윤재우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기획경영이사. 대통령실 전 디지털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고대 그리스의 무대극에서 사용한 가면에서 유래한 '페르소나(Persona)'는 이성과 의지를 가지고 자유로이 책임을 지며 행동하는 주체를 말한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세상을 마주할 때 마음을 나타내는 얼굴이라는 뜻으로 페르소나 이론을 발전시켰다. 인간은 1000개의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관계를 이뤄간다고 그는 주장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국민이 주체'이다. 국민은 소통과 의사결정의 주체로서의 페르소나다.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공동체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소통에 참여하고 나아가 함께 정치적 결정을 한다. 인터넷 플랫폼의 발전은 국민을 의사결정의 주체로 확고하게 자리 잡게 했다. 

관점과 시점이 다르면 접근방법이 다르고, 보이는 세상 또한 달라진다. 의사결정의 주체로서의 페르소나인 국민의 시점 즉 '전지적 국민 시점'이 이제는 기본적 접근 방법이 돼야 한다.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전달하고, 소통하고, 비판해야 한다. 전지적 국민 시점이 시작점일 때 국민과 소비자들과의 진정한 소통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그리스에는 민주주의 요람 '아고라(Agora)' 광장이 있다. 다수결원칙에 따라 직접 권한을 행사하며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현장이었지만, 아쉽게도 시민권을 가진 남자들만이 주체였다. 대한민국에는 촛불집회의 상징 광화문 광장이 있다. 광장은 휴식처로, 축제공간으로, 사회적 의사 표현 공간으로, 활동에 따라 정체성을 달리하는 대면 소통 공간이다. 

인터넷 플랫폼은 참여자인 내가 중심이 되고, 내가 주도하고, 내가 만들어가고, 내 스스로 참여하는 능동적·자발적·수평적 관계의 특성이 강한 비대면 소통 공간이자 광장이다. 비대면 플랫폼은 살아있는 민심이 표현되는 곳이며, 민주주의 발전의 공론장이자 광장이다. 대의민주정치의 한계를 직접민주주의 확대로 보완하는 공간이다.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이곳에 표현된 국민들의 의견을 정교하고 입체적으로 분석해 인사이트를 찾고 여론을 수렴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레비는 지성에 대한 가치 부여를 통해 인간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각각의 역량을 함께 모아서 함께 풍요로워지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이버 공간의 집단지성을 제시했다. 온라인 뉴미디어에서는 평범한 다수의 일반 국민과 소비자들의 의견이 집단지성을 만드는 이러한 흐름이 나타난 지 이미 오래됐다.  

다수의 국민이나 소비자들 즉 집단지성을 우선시하는 트렌드가 점차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집단·단체·공동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부각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온라인에서 글을 쓰고 편집한다. 실시간으로 새로운 내용을 올리고 무료로 제공한다. 집단지성의 상징인 '위키피디아'는 2001년 시작했지만, 단시간에 전 세계 사람들의 백과사전이 됐다. 

전문가나 오피니언 리더가 각 분야의 지성을 대표하던 흐름은 집단지성의 등장으로 많이 변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시대를 풍미하던 때가 있었다. 오류 발견에 막대한 상금을 걸고 비싼 백과사전을 팔았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1768년부터 244년간 발행하던 종이 백과사전 발행을 중단했다. 어느날 백과사전이 우리 곁과 도서관에서 사라지고 낯선 그러나 이제는 익숙한 위키피디아가 대신했다.

집단의 지적 능력은 개체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일반 대중이 참여한 위키피디아 내용과 최고의 전문가들만 참여해 편집하던 브리태니커 내용과의 정확성을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비교했다. 42개 항목에서 위키피디아는 각 글마다 4개의 에러가 발견됐고, 브리태니커는 3개의 에러가 발견됐다. 차이가 크지 않았다.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정확성이다.

#본 기고는 온라인 뉴미디어 전략서 ‘비대면선거의 제왕'(2021년 10월 출간)에서 선거 관련 내용과 사례를 효율적 소통과 관련한 내용과 사례로 보완해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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