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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동 서울대 교수 "다이슨 날개 없는 선풍기 만든 비결은?"

기사승인 2018.08.10  19: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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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과 나눔 '기업가 정신 포럼'서 강의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도전과 나눔에서 개최한 '제 2회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스웍스=문병도기자]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은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무려 15년 동안 5127번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허접한 아이디어를 갖고 끊임 없이 노력한 결과입니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10일 도전과 나눔이 개최한 '제2회 기업가 정신 포럼'에서 '퍼스트 무버의 조건은 무엇인가-축적의 시간'에 대해 강연했다. 이 교수는 최근 서울대 공대 교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집대성한 책 '축적의 시간' 발간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산업계는 실행 역량을 뛰어나지만,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라고 진단했다. 개념 설계 역량이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힘이다. 이에 반해 실행 역량은 주어진 개념 설계에 따라 구현하는 힘을 말한다.

이 교수는 "개념 설계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시행착오의 축적 과정인 스케일 업의 결과로 얻어진다"라고 말했다.

축적의 시간 없이는 절대 혁신이 이뤄질 수 없다. 우리가 성공했던 방식에는 축적의 시간이 빠져 있다. 선진국들과 일류기업들은 오랜 시간동안 한땀 한땀 쌓아올린 축적의 스케일업을 통해 선두자리를 뺏기지 않고 계속 전진해 나갈수 있다.

이 교수는 "우리 기업이 흔히 착각하는 것은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1박 2일 워크숍을 연다. 워크숍을 통해 한 번에 벌떡 일어설 아이디어를 얻으려도 한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 같은 매직을 불러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혼을 예로 들었다. 그는 "결혼 상대방이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다"면서 "오랫 동안 보듬고 다듬는 스케일업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 기업은 젊고 프레시하고, 지치지 않은 젊은 인재를 선호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40대 후반이면 은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모노즈쿠리가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는 숙련된 기술, 축적된 노하우로 제품을 만든다. 40년 이상된 숙련된 경력자들이 현장을 누비고 있다.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의 핵심적인 구조 설계를 맡은 일본 조다이사의 기술자를 만난 적이 있다"는 이 교수는 "74년, 75년 입사자들로 나와 만난 뒤 바로 설계 작업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최근 조사 결과 2008년부터 2016년 사이의 한명 이상 고용한 미국 창업기업의 평균 창업 연령은 47.5세로 나타났다. 창업은 주로 20~30대에 한다는 통념과는 어긋난 결과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20~30대에 창업을 결심하고 회사를 다닌다. 그러면서 40대가 될 때까지 다이슨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5000번 담금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가 남긴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손들은 그 다음부터 해나가면 된다.

미국기계학회에는 '보일러&압력용기(boiler and pressure vessel)' 코드라는 규격이 있다. 이 것은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끊임 없이 업데이트된 결과다. 미국에선 어떤 압력 용기를 설계할 때 창의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우선 이 코드부터 찾는다. 99.9%는 이 규격에서 찾아 쓴다. 나머지 0.1%는 다들 모여서 아이디어를 종합한다.

이 교수는 "지난해 중국은 프랑스 최대 해운사인 CMA CGM로부터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선을 수주했다.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을 모두 중국 조선업체가 가져갔다"면서 "초대형 컨테어는 우리만 만드는 기술이 있는 것으로 알았던 국내 조선업계는 충격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시간의 축적 효과를 공간으로 압축하고 있다. 넓은 국토 이곳 저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선진국에서 1년에 10개 하는 프로젝트를 중국에서는 1년에 200개 300개씩 해버리니 시간적으로 20~30년을 단축하면서 기술축적 시간을 따라 잡고 있는 것이다.

문병도기자 (do@newsworks.co.kr)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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