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6.19 04:51

일본어·영어 기내 항로지도에 아예 안보여...韓·中버전엔 표기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 공항으로 향하는 아시아나 여객기의 일본어와 영어 항로지도에 독도가 표기돼 있지 않다. 독도가 있어야할 자리(빨간 원내)에 아무 것도 표시돼 있지 않다. <사진=독자 제공>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우리나라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 항로지도에 ‘독도’가 빠져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어와 중국어 버전에만 독도를 넣고 일본어와 영어 버전에서는 삭제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A씨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석에 설치된 승객용 스크린의 항로지도에서 독도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A씨 “좌석에 설치된 승객용 스크린의 버튼을 몇 번 눌러보면 언어별로 항로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며 “다른 언어로는 독도가 ‘독도’일지 ‘다케시마’인지 궁금했는데 일본어과 영어 버전의 항로지도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제보했다.

실제로 A씨가 촬영한 항로지도 사진을 보면 한국어로는 ‘독도’, 중국어로는 ‘独岛’로 명확히 표현돼 있다. 하지만 일본어와 영어버전에서는 울릉도를 뜻하는 ‘ウルルンド’와 ‘Ulleungdo’만 표기돼 있을 뿐 독도의 일본명인 ‘다케시마’ 조차도 적혀있지 않다. 

A씨는 “우리나라의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은 모든 언어의 항로지도에 독도를 썼어야 마땅하다”며 “영유권 분쟁을 의식했다면 차라리 모두 삭제했어야지, 일본어와 영어버전에서만 뺀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 아니냐”고 비판했다.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 공항으로 향하는 아시아나 여객기의 한국어와 중국어 버전 항로지도에 독도(빨간 원내)가 표기돼 있다. <사진=독자 제공>

앞서 독일의 루프트한자항공은 일본 하네다-독일 뮌헨 노선의 승객용 스크린 항로지도에 독도를 표기했다가 일본 승객의 항의로 지난 2월부터 독도를 아예 표기하지 않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일본 승객들과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일본어와 영어버전의 항로지도에서 독도를 뺀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독도에 대한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 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국적기가 일본 눈치를 보며 독도를 삭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독도 표현을 쓰는 외국항공사들도 많은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전 기종에 독도를 표기하고 있어 언어에 따라 설정을 달리해 놓은 것은 아니다"라며 "근거리 지도에는 정상 표출되지만 일부 중장거리 지도에는 울릉도‧독도의 영문‧일문 글자 수가 상대적으로 길어 겹쳐질 수 있어 미표출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독도가 우선 표출되도록 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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