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5.14 18:53

문 대통령도 "역외탈세 근절"…직원들은 퇴진촉구 촛불집회 정례화

조양호(오른쪽) 한진그룹 회장과 그의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사진출처=JTBC 방송화면 캡처>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조양호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불법행위 및 탈세 의혹에 대한 당국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물론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출입국외국인청 등 7개 관계기관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총수일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각종 의혹에 대한 새로운 제보들이 잇따르면서 총수일가는 더욱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해외에서 구입한 고가의 명품을 자택에 밀반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총수일가가 필리핀 가사도우미도 불법으로 고용했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총수일가가 명품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밀반입해 썼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대한항공 본사에 특별사법경찰관을 보내 인사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고 14일 밝혔다. 당국은 압수수색 자료를 토대로 이번주부터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보에 따르면 총수일가는 필리핀 여성들을 산업연수를 받을 것처럼 위장해 국내로 데려온 뒤 가사도우미로 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행법 상 결혼 이민자가 아닌 해외 여성을 가사도우미로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의혹이 사실이라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총수일가는 해외로 여행갈 때도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을 함께 데려가 일을 시키고 이에 대한 비용은 회사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쁜만 아니라 관세청의 총수일가 자택 압수수색 당시 고가의 미술품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 이를 은닉했다는 제보도 새롭게 제기됐다.

총수일가의 평창동 자택에서 일부 공간은 주택이 아닌 기타전시장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연면적이 1403㎡(425평), 대지면적은 1600㎡(484평)에 달하는 자택 부지 가운데 약 15% 가량이 기타전시장으로 허가 받았다. 조 회장 부부는 평소에 이 공간을 미술전시실로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에도 의심이 갈만한 미술품이 발견되지 않자 밀수와 탈세 관련 수사에 대비해 미리 손을 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 갤러리는 보태니컬아트 전시장"이라며 "보태니컬 아트의 대중적인 특징상 고가의 미술품이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일우재단은 공익재단이라 정관 상 고가의 미술품 구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총수일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새로운 제보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기존 의혹에 대한 당국의 수사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경찰은 지난 11일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항항공 전무의 갑질’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고 검찰에 넘겼다. 또 이 이사장에 대해서도 직원 폭행혐의 수사를 위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또 검찰은 조 회장의 500억원대 상속세 탈루 혐의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는 조 전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와 관련해 진에어의 면허취소 여부에 대한 법리 검토를 의뢰했다. 이 밖에 고용노동부는 대한항공의 갑질 관련 직원실태 조사에 착수했고 공정위도 대한항공이 기내면세품을 판매 과정에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득을 줬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관계당국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총수일가의 탈세 의혹에 큰 관심을 두는 듯한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역외탈세 의혹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사회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항공 직원들도 총수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잇따라 열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 400여명은 지난 12일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역 앞 광장에서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 2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직원연대는 이 같은 촛불집회를 정례화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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