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8.04.22 10:50
김재훈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얼마 전 한 60대 여성 환자가 요통을 호소하며 구급차로 후송됐다.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척추전방전위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젊은 시절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하다보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된 것이다.

‘척추전방전위증’은 다소 생소해 보이지만 허리디스크 다음으로 흔한 척추질환이다. 정상 척추는 뼈와 뼈가 블록처럼 쌓여있는 형태다. 그러나 척추전방전위증은 위쪽의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보다 앞으로 밀려나면서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엉덩이와 하지마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5번 요추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데 척추뼈 자체의 구조적 이상으로 신경공이 좁아져 증상이 유발된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누계 16만1697명이다. 이중 50대 이상 환자가 14만6657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은 것도 특징이다.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부터 척추와 관절 주변 인대가 신축성을 잃는다. 따라서 척추를 지지하는 힘이 약해지고, 척추 불안정성이 증가돼 척추전방전위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성의 경우 근육량이 남성의 3분의 2수준으로 적은 데다, 50~60대 여성은 폐경기를 지나며 여성호르몬 감소가 발생해 척추전방전위증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 질환의 여성 유병률이 3~4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척추전방전위증은 선천적으로 불안정안 척추를 가진 경우에도 나타난다. 후천적으로 반복 외상이나 피로골절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피로골절은 뼈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쌓여 미세한 골절형태로 나타난다. 이럴 때는 X선 검사로 쉽게 발견되지 않으며 심해지면 수술로 완치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밀검사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쪼그려 일하는 자세, 허리를 구부정하게 오래 앉아있거나 서있는 자세는 척추전방전위증을 부를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보조기착용 등 비수술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치료를 놓쳐 증상이 악화된 경우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그중 비교적 가볍게 치료할 수 있는 시술로는 ‘미세현미경 감압술’이 있다. 이는 1.5~1㎝의 최소절개로 3~5배율의 현미경을 보면서 어긋난 척추 배열 때문에 눌린 신경 염증을 풀어주는 방법이다.

그러나 척추뼈가 심하게 어긋나 ‘척추분리증’까지 동반됐다면 척추를 안정적으로 고정해주는 ‘척추유합술’이 필요하다. 척추유합술이란 척추 고정부위에 나사가 들어갈 약 1㎝ 정도의 구멍을 내고 나사를 넣어 뼈를 고정하는 수술이다.

척추전방전위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허리에 자극을 주는 동작을 자제하고, 운동으로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반드시 전문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 불안정한 척추부위를 자극해 병을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김재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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