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22 14:01

한경연, 자동차는 전후방 효과 큰 산업…기술변화 늦으면 도태

현대자동차의 소형SUV 코나가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조립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이 국내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일자리가 9만4000명 감소하고 연간 생산 손실분이 30조9000억원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 산업의 이 같은 지각변동에 대비해 경쟁력 제고와 경영 효율화를 위한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1일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최근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페쇄 결정 등으로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완성차‧협력사‧생산성‧서비스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현경연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산업은 양적 성장이 둔화되는 대신 파괴적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올해 예상되는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 증가율은 1.2%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핵심 경쟁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 될 수 있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생산, 고용, 수출 등에 있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력산업이자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의 생산액은 2016년 기준 197조원으로 전체 제조업의 13.9%를 차지하며 종사자수는 같은 해 기준으로 37만명에 달한다. 또 국내 생산량의 60% 이상이 수출되는 자동차는 2017년 기준 수출액은 648억달러로 전체의 11.3%를 담당하고 있다.

현경연은 이 같은 자동차 산업의 규모와 전후방 파급효과를 고려했을 때 국내 생산시설이 문을 닫는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일자리 소멸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지엠 철수 시 예상되는 연간 생산 손실분은 30조9000억원, 부가가치 손실분은 8조4000억원, 취업자 감소분은 9만4000여명이다.

이에 따라 현경연은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미래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 부품‧소재 기업 육성을 위한 공생구조 확립, 생산성 제고 및 경영 효율화 방안 마련, 자동차의 서비스화에 대비한 투자 확대 등을 제언했다.

현경연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여전히 세계적 수준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폭스바겐과 BMW의 R&D 집약도는 각각 6.29%와 5.48%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집약도는 2.40과 2.9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과거 제조 능력 중심의 시장에서는 한국차가 선전했지만 연구개발 중심의 미래 시장에서는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현경연의 분석이다.

<자료제공=현대경제연구원>

또 부품‧소재기업을 적극 육성해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경연은 “2016년 기준 국내 858개 자동차 부품 기업중 중소기업은 616개로 71.%를 차지하지만 정작 납품액 규모는 17.4%에 불과하다”며 “부품산업의 매출‧수출액은 지난 2014년 이후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경연은 “영세한 자동차 부품사는 R&D 투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전장부품, 모터, 센서 등 첨단 부품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경연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주요국의 고용 유연화와 안정화 사례를 벤치마킹해 노사 모두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경연은 한국의 정량적 고용유연성 지표는 주요 경쟁국과 비슷하지만 노사협력 정도나 임금결정 유연성 등 정성 지표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발표한 주요국 노동시장 유연성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의 노사협력 수준은 7점 만점에 각각 5.3점과 5.7점이지만 한국은 3.5점이 그쳤다. 이에 따라 현경연은 “금융위기 이후 위기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워크 쉐어링‘, ’근로시간 계좌제‘ 등을 도입한 주요국들의 고용유연화 사례를 참고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현경연은 끝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제조보다 서비스 플랛폼 경쟁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자동차는 소유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바뀌고 이에 따라 차량공유와 차량 호출 등 서비스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장우석 현경연 신성장연구실 연구위원은 “폭스바겐, 토요타 등 글로벌 업체들이 서비스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도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적 서비스 모델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