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02.17 18:56
부산외국어대학교 경주 마우나 리조트 참사 당시 후배를 구하러 붕괴현장에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은 의사자 故양성호 학생 추모비. <사진=뉴스웍스>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4년 전 오늘(17일) 대형 참사가 일어난 경주 마우나 리조트 자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했다. 

지난 2014년 2월 17일 오후 9시 7분께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열린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 도중 갑자기 지붕이 붕괴했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패널구조 건물이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생긴 일이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결국 사망자 10명이 발생하고 104명이 부상 당했다. 

체육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100여 명의 학생들이 건물 밑에 매몰됐지만, 진입도로가 좁고 폭설이 내린 탓에 구조도 원활하지 못했다. 당시 행사장 지붕이 무너져 내린 시간은 단 10초였다.

2018년 2월 17일, 4년 전 부산외대 경주 리조트 참사가 일어났던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자리는 조용했다. <사진=뉴스웍스>

4년여의 시간이 지난 13일에는 부산외국어대학교 남산동 캠퍼스 I관 앞에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희생자 추모식이 어김없이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부산외대 학생들 100여 명과 유가족, 학교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유가족 대표인 故박소희 학생의 아버지 박종태(58) 씨는 추모사를 낭독하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 

후배를 구하려 지붕 붕괴 현장으로 들어갔다가 2차 붕괴로 화를 피하지 못한 故양성호 학생의 아버지도 참석했다. 

양성호 학생 아버지는 국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밀양 화재 등 참사 사건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4년 전 그 날이 떠올라 내 일처럼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남산동캠퍼스 내 추모공원에는 그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그러나 당시 현장은 텅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당시 학생들은 조그만한 추모 공간이라도 마련하고 싶은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지역통상과 학회장이었던 최정환(30)씨는 "그때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는 것이 두렵다"며 "매년 조용히 사고 현장을 방문하지만 이렇게 방치돼 있고 한 번씩 족구장으로 사용되는 걸 볼때는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조그만한 추모 공간이라도 만들고 싶다"며 "함께 공부하던 성호(의사자)가 가장 생각나는 계절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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