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2.14 11:47

일본 롯데홀딩스서 해임 가능성... 롯데는 비상경영체제 돌입

경영권을 놓고 또 다시 분쟁을 벌이게 된 신동주(왼쪽)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의 법정구속에 따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면서 신 회장이 해임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롯데는 신 회장이 구속된 지난 13일 롯데지주 공동대표인 황 부회장의 주재로 심야까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롯데는 대책회의 결과에 따라 황 부회장과 민형기 컴플라이언스위원장, 4개 사업군(BU) 부회장을 주축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결성해 즉시 가동하기로 했다.

롯데는 지난해 2월 유통, 식품, 화학, 호텔 및 서비스 등 4개 분야의 BU를 신설했다. 이원준 유통BU장 부회장, 이재혁 식품BU장 부회장, 송용덕 호텔 및 서비스BU장 부회장, 허수영 화학BU장 부회장이 각 BU장을 맡고 있다. 황 부회장은 수감된 신 회장의 역할을 대신해 이들 BU장들과 그룹의 의사결정을 이끌게 될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비상경영위원회 가동은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임직원, 협력사, 외부 고객사의 우려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향후 주요 경영현안에 대해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신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당분간 자리를 비우게 돼 한국과 일본 모두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 회장은 형인 신동빈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고 ‘원톱 체제’를 구축해 그룹 지배력을 높여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구속으로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법정구속과 관련해 13일 “롯데그룹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신 회장의 사임 또는 해임을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 경영정상회를 요구하는 모임’이라는 웹사이트에 이날 ‘한국에서 신동빈 씨에 대한 유죄 판결에 대해’라는 입장을 올리며 이 같이 밝혔다.

일본 광윤사 역시 14일 입장자료를 내고 "한국과 일본 롯데를 대표하는 대표자가 횡령, 배임, 뇌물 등 여러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된 것은 우려할만한 사태"라며 "신동빈은 즉시 사임 또는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윤사는 한국롯데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로 이어지는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주주총회를 통해 신 회장의 해임을 추진했으나 신 회장이 방어에 성공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봉합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소집해 또 다시 해임안을 상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재계에 따르면 일본 주주들은 경영비리에 대해 국내보다 민감하게 반응해 경영진이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지고 사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일본롯데홀딩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기 때문에 해임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신 회장의 구속은 일본롯데의 지배력을 낮추기 위해 추진하던 호텔롯데의 상장도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롯데는 그동안 사실상 그룹 전체 지주사 역할을 했던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주주 지분율을 낮추고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가져오고자 했으나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기업 상장 요건 심사에서 회사의 경영 투명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신 회장의 구속은 롯데의 경영권 분쟁에 또 다시 불을 붙인 사건”이라며 “호텔롯데의 상장이 무산되고 신 회장이 해임된다면 롯데가 사실상 일본기업이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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