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8.01.22 11:47
아기를 키우는 일본의 한 여성이 지역 노인을 찾아 도시락택배 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시즈오카현 가와네혼쵸 岡川根本町>

[뉴스웍스=고종관기자] 일본의 가와네혼쵸(川根本町)는 시즈오까현(静岡県) 중에서도 가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마을이다. 일본에선 ‘쇼핑 약자’로 불리는 이들 노인을 대상으로 기업들이 주로 도시락 택배 사업을 맡고 있다. 

하지만 가와네혼에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노인을 위한 택배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안녕하세요. 도시락 가지고 왔어요”. 밝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결혼을 계기로 이 마을로 이사 온 미에다 시호(前田史帆, 27)씨. 그녀는 2년9개월 된 어린 딸을 데리고 노인의 집을 찾는다. 그녀는 이 지역 비영리단체의 권유로 택배봉사를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은 이 단체의 하마야 토모코(浜谷友子)이사. 그는 주민의 고령화로 동네 배식서비스 인력이 부족해 고민하던 차에 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눈을 돌렸다. 엄마들에겐 사회에 봉사한다는 자부심을, 그리고 노인에게는 좋은 말벗으로 사회와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자녀와 함께 방문하는 것은 노인에게는 생기를 찾아주고, 아이에게는 정서적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이점도 있었다.

‘엄마의 집’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2012년 6월에 시작돼 벌써 6년째를 맞고 있다. 책임자인 세리자와 오아야미(芹沢あやみ, 37)씨는 "주민과의 교류가 크게 증진되고, 엄마들과 노인들 모두 생활에 활력을 얻고 있다“며 ”봉사인원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31명이었던 이용자도 3년도 안된 2014년 11월 기준 408명(시즈오카 신문)으로 늘었다.

도시락 제공은 동네 식당과 슈퍼마켓이 맡고 있다. 5개 점포가 균형 잡힌 영양식을 하루 1끼 제공한다. 흥미로운 것은 엄마들이 도시락 외에도 노인이 요구하는 물건을 사서 가져가기도 하고, 어르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등 기꺼이 돌봄을 자처하고 있다.

22일자 아시히신문은 “‘엄마의 집’이 쇼핑이 힘든 노인들을 도와줄 뿐 아니라 출산과 육아로 이직한 여성을 다시 사회와 연결시키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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