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7.12.06 14:41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으로 보이면서 중동 지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위치하고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면서, 이미 이스라엘 및 주변 4개국 정상들에게 전화해 이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및 주변 4개국 정상들에게 전화해 예루살렘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정상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 5명이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내일 그 조치와 관련해 연설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것은, 곧 미국이 이스라엘의 수도가 예루살렘이라고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이에대해 팔레스타인은 물론, 주변 아랍 국가들은 일제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팔레스타인 내 이슬람 단체들은 5일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사관 이전 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6~8일 사흘간을 '분노의 날'(days of rage)로 명명했다.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우리 국민들이 도심과 이스라엘 대사관 및 영사관에 앞에 모여 사흘 간 분노를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으며, 팔레스타인의 무장저항단체인 하마스는 새로운 인티파다(주민 봉기)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은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그런 조치가 취해지는 즉시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단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있는 아랍권의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주미 사우디 대사인 칼리드 빈살만 왕자는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의 지위에 대한 미국의 발표가 무엇이든 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평화 프로세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우려를 표명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근거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당사자의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만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 대사관 이전이 강행된다면 중동 지역이 정치적·종교적 대립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예루살렘이 이스라엘-팔레스타 분쟁지인 동시에 종교적 충돌 여지가 큰 지역이라는 점에서, 미 대사관 이전으로 촉발된 갈등이 유혈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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