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0.22 08:00
현대자동차 '코나'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소형 SUV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완성차 5개사가 유일하게 모두 보유한 세그먼트인 소형 SUV 시장은 기존 준중형 시장을 순식간에 잠식하며 최대 격전지가 됐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1% 증가한 13만3551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소형 SUV는 총 1만4352대가 팔려 1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내수시장의 최고 격전지로 불렸던 준중형 시장의 실적을 껑충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국내 준중형차 시장은 지난달 총 1만2202대가 판매돼 소형 SUV 판매량에 추월 당했다. 이마저도 현대차 아반떼의 ‘원맨쇼’이기 때문에 사실상 소형 SUV의 완승인 셈이다. 현대차 아반떼는 지난달 준중형차 시장에서 8772대를 팔았고, 기아차 K3와 르노삼성 SM3, 한국지엠 크루즈가 나머지 3430대를 나눠 가졌다.

최근 소형 SUV 시장은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소형SUV 차종은 완성차 5개사의 5종이다. 가장 먼저 출시돼 시장을 개척했던 트랙스를 비롯해 쌍용차를 위기에서 구원한 티볼리, 르노삼성의 ‘연비왕’ QM3, 출시되자마자 시장을 장악한 현대차 ‘코나’, 가장 막내인 기아차 ‘스토닉’이 혈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지엠 쉐보레 '뉴 트랙스' <사진제공=한국지엠>

소형 SUV는 20~30대 젊은 세대들의 ‘첫 차’로 각광받는 차종이다. SUV는 저유가와 레저열풍과 맞물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시장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만 봐도 지난달 판매량 순위 20위 안에 든 차종 중 8종은 SUV였다.

특히 소형 SUV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높은 연비, 실용성 등을 갖췄다. 지난달 국내 총 판매량 2위를 기록한 기아차 쏘렌토를 구입하려면 최소 2785만원은 쥐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형 SUV 대표차종인 쌍용차 티볼리를 사려면 1651만원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소형 SUV들의 복합연비는 최대 17.3km/ℓ(QM3)에 이른다. 하이브리드차와 디젤 소형세단을 제외하면 최고 수준의 연비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소형 SUV가 SUV 구입을 원하는 젊은 고객들을 끌어당겼다”고 분석했다.

우선 가장 앞서나가는 차종은 현대차의 코나다. 지난 6월 출시된 코나는 7월 3135대, 8월 4230대, 지난달엔 무려 5386대를 판매해 지난달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코나는 국내 전체 자동차 순위로 봐도 지난해 9위에 오를 정도로 최고 인기 차종에 등극했다. 코나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1만2761대를 판매했다. 코나의 인기비결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경쟁 차종을 앞서는 파워트레인으로 꼽힌다. 코나는 1.6 가솔린 터보엔진과 1.6 디젤엔진에 7단 DCT(더블클러치) 미션을 결합해 경쟁차종 중 가장 좋은 동력성능을 낸다.  

쌍용자동차 '티볼리' <사진제공=쌍용자동차>

2위는 쌍용차의 티볼리다. 티볼리는 코나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판매 1위를 유지해왔다. 티볼리는 지난 7월 4479대, 8월 4187대, 지난달 5097대 등 꾸준히 4000대 이상의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8월부터는 코나의 무서운 기세에 2위로 밀려났다. 티볼리가 그간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였던 이유로 '가성비'가 꼽힌다. 티볼리는 최저 1651만원(가솔린 기준)에 불과한 가격에도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게 고급 사양들을 대거 적용해 큰 인기를 얻었다. 

기아자동차 '스토닉' <사진제공=기아자동차>

막내인 기아차 스토닉이 티볼리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스토닉은 출시 직후인 7월 1342대, 8월 1655대, 지난달 1932대를 판매했다. 스토닉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현대차 코나보다 스펙 상 모든 면에서 뒤떨어져 신차치고는 다소 판매량이 낮은 편이다. 현대차그룹은 코나와 스토닉 간의 시장 간섭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차량 크기, 엔진출력 등 스토닉의 제원을 축소시켰다. 이 때문에 1‧2위와는 차이가 다소 벌어지지만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나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르노삼성자동차 'QM3' <사진제공=QM3>

반면 한국지엠의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의 QM3는 다소 뒤처지는 모습이다. 트랙스는 지난달 1213대를 팔았고, QM3는 불과 72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두 차종의 부진은 ‘상품성 저하’가 주 원인이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처음 열었던 트랙스는 4년 전인 2013년에 출시돼 힘을 잃었다. QM3도 출시 초기 동급 최고연비인 17.3km/ℓ를 강조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시장에 나온 지 어느새 3년이 지났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성에도 가격은 오히려 경쟁차종보다 높아 소비자들의 선택을 덜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소형 SUV 시장은 코나와 티볼리 간의 양자대결이 될 것”이라며 “트랙스와 QM3가 상품성 개선을 거친다면 시장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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