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0.20 11:03

"미국 내 일자리창출·세금납부 등 엄연한 현지업체"

1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한국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공청회에서 헨리 맥메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한국이 입장을 지지하는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YTN뉴스 캡처>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19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세이프가드’ 공청회에서 한국 가전업체인 삼성‧LG전자가 미국 월풀 간의 불꽃 튀는 공방전이 펼쳐졌다. 

◆ 월풀 "한국업체 통상법 위반하고 미국에 세탁기 판매"

이날 월풀 측은 “삼성‧LG 등 한국산 세탁기가 우세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미국 세탁기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가전업체들이 반덤핑 규제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대만‧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한 세탁기를 미국에 수출해 통상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관세를 피해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한 세탁기를 저렴하게 미국에 판매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논리다.

월풀은 이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세이프가드를 통해 원산지 관계없이 한국 세탁기에 3년간 관세 50%를 매겨야 한다”며 “세탁기 부품에도 같은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월풀의 속내는 한국산 세탁기의 미국 내 입지를 완전히 무너뜨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과 LG전자는 최근 각각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테네시 주에 세탁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 세탁기를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하겠다는 이야기다.

◆ 세이프가드 발동되면 삼성·LG 공장 철수?…"미국만 손해"

미국 측의 이 같은 주장이 나오자 국내 업체들의 미국 공장 설립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0%에 이르는 관세는 시장에서 철수하라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미국 세탁기 공장에 2019년 1분기까지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공장 완공 후 고용인원이 600명 이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일자리 창출과 세금 납부, 현지 부품 조달 등은 물론 연관 산업 파급 효과들이 이어져 지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삼성전자의 세탁기 공장이 들어서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맥매스터 주지사 역시 "뉴베리 카운티에 들어서는 공장에서 2년내 1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미국 내 생산자가 되는 기업인 삼성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는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랄프 노르만 남캘리포니아 공화당위원장도 “삼성은 희망과 일자리를 가져왔다”며 삼성을 옹호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두는 업체인 삼성과 LG전자에 대한 제재는 미국의 피해로 돌아온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5년 전부터 준비한 미국 공장은 세이프가드와 관련없고 축소되거나 중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위 높은 세이프가드가 현실화된다면 공장 설립 백지화도 충분히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세탁기 부품에도 관세가 부과되면 굳이 미국에 큰 돈을 들여 공장을 설립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美 소비자 "한국업체 성장은 혁신적인 상품성 덕분"

미국 내 현지 소비자들도 삼성과 LG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현지 소비자단체들은 “세이프가드의 발동은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세탁기들은 ‘혁신제품’으로 인정받는 프리미엄 제품들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는 월풀의 “한국 세탁기가 싼 가격으로 미국 세탁기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플렉스워시’와 ‘트윈워시’ 등 혁신적인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들도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월풀의 미국 세탁기 시장 입지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삼성과 LG전자가 혁신 세탁기로 소비자들을 공략할 동안 월풀은 제자리걸음한 결과라는 게 미국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무려 41%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월풀은 지난해 말 38%까지 뚝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0%에서 16%로 올랐고, LG전자는 13%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업체들는 월풀과 달리 프리미엄 제품군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어 금액 기준 점유율로 월풀을 제쳤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이 조사한 미국 세탁기 시장의 금액기준 지난해 브랜드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18.7%)였다. 월풀은 근소하게 뒤진 18.5%였고, LG전자가 16.5%로 뒤를 이었다.

◆ 정부 "세이프가드 대응 위한 국제적 공동전선 구축한다"

ITC는 이날 열린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달 21일 구제조치 방법과 수준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다. 최종적인 세이프가드 발효 여부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 정부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세이프가드 위원회에서 세탁기 및 태양광 세이프가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또 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 주정부, 베트남‧대만‧인도네시아 정부 등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세이프가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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