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0.19 15:17

현지시간 19일 세이프가드 공청회... 부품에도 부과 요청

미국의 한 가전매장에서 LG전자 판매원이 고객에게 LG 트윈워시 세탁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전자과 LG전자 등 한국산 세탁기에 무려 50%의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열리는 세이프가드 공청회를 앞두고 한국업체들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옥죄는 모양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월풀은 최근 ITC에 국내 세탁기 산업을 위해 필요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에 3년간 50%의 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게 의견서의 주요 골자다.

월풀은 50%보다 낮은 관세로는 한국산 세탁기의 덤핑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의 관세를 높여야 자국산 세탁기의 경쟁력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한국산 세탁기의 ‘우회 덤핑’을 방지하기 위해 세탁기 부품에도 50% 관세를 부과하고 부품 수입에 할당량을 설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월풀의 이러한 주장이 자사의 미국시장 독점 지위를 강화하고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삼성과 LG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부품까지 관세를 50% 부과하라는 요청을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세탁기 부품까지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면 또한 삼성과 LG가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건립하고 있는 가전공장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우리 업계는 “한국산 세탁기가 저렴해서 잘 팔린다”는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우리는 중위가격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들만 미국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며 “공청회에서 이 부분을 적극 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산 세탁기들은 주로 고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아닌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우리 정부는 미국의 세이프가드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공장이 있는 태국과 베트남 정부를 설득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열리는 세이프가드 공청회에는 산업부와 외교부 등 정부 통상 관계자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북미 법인 담당자들이 참석한다.

또 이날 공청회에는 미국 소비자단체 관계자도 참석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좋은 제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야하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들은 대체로 세이프가드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산 세탁기들은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최근 잇따라 '최고의 세탁기'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우리 측 관계자들은 공청회에서 "세이프가드로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 소비자"라는 논리를 적극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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