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7.14 14:17

[뉴스웍스=박경보기자] 조석래(82) 전 효성그룹 회장이 14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조 회장은 이날 ㈜효성의 대표이사직에 사의를 표하면서 지난 1966년 동양나일론에 입사해 시작한 ‘효성맨’,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인으로서의 인생을 51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1935년 11월 19일 경상남도 함안에서 출생한 조 회장은 경기중학교를 거쳐 경기고등학교에 진학해 1학년을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히비야 고등학교와 와세대 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교에 입학, 화학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66년 박사학위 과정을 준비 중이던 조 회장은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귀국,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효성에 발을 내딛은 이후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동양폴리에스터를 설립했다. 또 대한민국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부응해 효성중공업을 출범시켜 중전기기와 산업기계 국산화에 앞장섰다. 1980년대 들어서는 화섬 산업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석유화학 분야에 눈을 돌린다. 이와 함께 금융자동화기기와 중대형 컴퓨터를 비롯한 하드웨어 사업과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 등 정보통신 분야에도 진출했다.

조 회장의 경영참여이후 효성은 양적인 확장은 물론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조 회장은 공학도답게 특유의 꼼꼼함을 앞세워 세심한 부분까지 살피며 질적인 성장을 꾀했다. 이런 꼼꼼함은 기술 중심주의와 품질경영으로 이어졌고, 효성이 오늘날 스판덱스 시장에서 '크레오라'라는 간판상품으로 점유율 1위에 오르는 토양이 됐다. 또 효성의 두 번째 대표상품인 타이어코드를 세계 1위에 올려놓은 것도 조 회장의 꼼꼼함이 발판이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인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장(2007∼2010년),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2000∼2009년), 한일경제협회장(2005∼2014년) 등을 맡으며 한국기업의 글로벌화에 앞장섰다.

그의 경영 인생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탈세와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2014년 벌어진 아들들의 ‘형제의 난’이 발생한 것이 대표적인 오점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그룹 안팎의 족적은 당분간 효성은 물론 대한민국 경영계에 오래도록 기억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회장의 이번 퇴진은 생전에 경영권을 승계함으로써 사후 승계가 일반적인 한국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문화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세상사 모든 것이 좋은 것으로만 기억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조 회장의 ‘아름다운 퇴진’은 효성은 물론 한국 대기업의 모범답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열심히 일한 당신~자유롭게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처럼 조 회장은 지난 51년 동안 열과 성을 다해 일해 왔고, 이제는 보다 자유로운 상황에서 그가 꿈꿔왔던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혜안과 경험은 사장시켜서는 안된다. 조 회장이 앞으로도 효성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할 말은 하는 재계의 어른으로서 오랫동안 함께 할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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