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7.12 15:05

[뉴스웍스=박경보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국내 첫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의약품 제조판매 허가)를 받았다. 국산 신약으로 29번째이며, 퇴행성 관절염 환자용 유전자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다.

이번 허가는 단순히 한 제품이 판매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넘어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로 개발에 착수한 지 19년 만에 얻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시계를 19년 전인 1998년 11월 3일로 돌려보자. 이웅렬 코오롱그룹회장은 이날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 개발에 관한 보고를 받는다. 이 회장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내용을 보고 받고 고민에 빠졌다. 바이오 불모지인 한국의 기업이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시도 자체가 생소한데다 미국 등 바이오 선도국의 높은 벽을 뚫고 시장성을 확보하는 일 또한 불가능하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그룹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인보사 투자를 만류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성공 가능성이 0.00001%라고 할지라도 그룹의 미래를 생각할 때 주저할 수 없다”며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이날부터 인고의 시간이 시작됐다. 당시 코오롱그룹의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았다. 부친인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고작 2년이 지나지 않은데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26개 계열사를 15개로 줄이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갔다. 1999년 미국에 바이오 사업을 위한 법인 ‘티슈진’을 설립한 데 이어 2000년 ‘티슈진 아시아’라는 바이오제약 회사를 추가해 본격적으로 인보사 개발에 나섰다. 2001년부터 관련 특허들을 취득함과 동시에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하는 등 인보사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등 수차례의 난관에 봉착했지만 그때마다 이 회장은 “내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인보사의 성공과 코오롱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함께할 각오가 돼 있다”며 임직원을 직접 챙기며 개발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집념은 인보사가 ‘스마트폰 혁명’에 비견될 정도로 고령화 시대에 우리 삶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확신에서 비롯됐다. 전 세계적으로 4억명에 달하는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보사가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혁신 제품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인고의 시간을 견디게 한 것이다.

이번 판매허가는 끈기 있게 투자하고 노력한 결과에 대한 보답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물론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격이 비싸고 대중화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오늘 인보사가 전해 준 낭보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면서 두렵고 어려움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이를 이겨내고 기회를 찾았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시기에 코오롱과 같은 끈기 있는 투자와 집념이 결실을 맺는 사례가 앞으로도 계속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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