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7.06.14 09:27
메디케어 만성질환관리법이 통과되면서 미국의 건강관리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원격의료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Telenursing의 한 장면(자료: Own work)

메디케어 만성질환관리법(Chronic Care Act)개정안이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를 통과하자 이를 가장 반기는 곳은 무엇보다 건강관리 기업들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원격의료의 수혜자가 크게 늘어나자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 최대의 건강보험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itedHealthcare 주1)는 올 1월 메디케어 건강보험에 가입한 회원 110만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문(e-visits:주2)을 시작했다.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플랜(Medicare Advantage Plan: 주3)의 적용을 받는 노인부터 점차 대상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24시간 오디오와 비디오를 이용해 대화형 상담을 할 수 있다. 알레르기, 기관지염, 독감과 같은 가벼운 질환부터 만성질환까지 온라인 진료를 한다.

휴마나(Humana:주4) 역시 최근 본격적인 온라인 건강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부 주에 국한된 서비스를 23개 주까지 확대한 것. 휴마나는 2013년 포춘 500대 기업 중 73위를 차지한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건강보험회사다.

비영리 건강보험사인 헬스파트너(HealthPartners: 5)는 올부터 페이스북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Virtuwell(주6) 서비스를 광고하기 시작했다. Virtuwell은 헬스파트너가 운영하는 온라인 진료센터. 1회 이용에 45달러의 비용이 든다. 축농증이나 방광염, 피부 경련과 같은 60 가지 이상의 질환을 진단·치료하고, 처방한다.

이밖에도 미네아폴리스에 위치한 유케어(UCare), 미네소타 덜루스에 본사를 둔 이센시아헬스(Essentia Healh)와 같은 중소 건강회사들도 가입자의 추가 부담금 없이 e-visits를 서비스 항목에 포함시켰다.

미국의 건강보험사들이 뒤늦게 원격의료 시장에 전력투구하는 것은 정부 지원과 함께 노인들이 ICT(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200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의 14%만이 온라인에 접속했다. 이는 당시 모든 성인의 50% 수준. 그러나 2013년엔 노인의 59%가 온라인을 활용했고, 이는 성인의 86% 수준까지 올라간 수치다. 특히 고학력이면서 부유층 노인일수록 온라인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노인에 대한 온라인 진료서비스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학계에선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가상 진료의 질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예컨대 노인들은 여러 종류의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검사와 약 처방이 개인에 따라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주(州) 의료위원회에는 제대로 검사를 받지 않고, 기계적인 판단으로 진료를 할 때 환자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 의료비가 절감된다는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의료 이용이 쉬워지면서 온라인서비스를 남용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 확산되고 있는 원격진료가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술의 발전으로 정확도가 높아지고, 의료비를 절감하려는 노력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재방문을 줄이는데 따른 비용 절감, 약물 복용 여부 확인,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간편한 검사 등의 경제적 이점은 무시할 수 없다.

가상진료는 재가보다 노인요양시설에서 수요가 더 클 수 있다. 미국에는 노인관련 시설을 통틀어 장기요양시설(LTC, Long Term Care Facility)이라고 부른다. 이는 의료서비스의 경중에 따라 NH(Nursing Home), ALF(Assisted Living Facility),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inity) 등으로 나눠진다. 너싱홈의 경우 치매와 같이 의료의존도가 높은 환자가 입원하며, 전국에 1만8000여 개의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ALF나 CCRC에는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비교적 건강한 노인이 거주한다.

이들 시설 대부분이 전문 의료인력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원격진료를 대안으로 꼽는다.

Avera eCARE는 2015년 연방정부로부터 88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아 전국에 산재한 장기요양시설과 계약하고 가상진료 시스템(eLongTermCare)을 깔았다. 수혜 대상은 30개 이상의 장기요양시설에 입소한 2200명의 노인들이다. 미국 다코타주 수 폴스(Sioux Falls)에 소재한 컨트롤 센터에는 의사, 간호사, 정신건강 전문가, 사회복지사가 상주해 365일 24시간 원격으로 가상 의료서비스를 한다.

Avera eCARE는 28개 병원 중환자실과 연결된 eICU, 전국 100개 이상의 병원 응급실 네트워크인 eEmergency, 의약품을 제공하는 ePharmacy, 심지어 교도소의 수감자를 위한 eCorrectional Health도 운영한다.

자체 평가에 따르면 2004년 개설한 eICU의 경우 6만1000명의 환자에게 서비스 한 결과, 7800만 달러의 의료비를 절감했다. 또 2009년 오픈한 eEmergency는 3000명 이상의 불필요한 환자 이송을 막았으며, 이로 인해 2400만 달러의 비용을 절약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원격진료 시장은 2007년 42억 달러에서 2012년 10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의료시장 조사업체인 Kaloroma Information는 밝혔다. 이중 미국은 20012년 41억 달러로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7년 말까지 87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1) UnitedHealthcare: 700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미국 최대의 단일 건강보험회사다. 전국에 59만5000여 명의 의사, 8만 여명의 치과의사, 4965개의 병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지난 5 년간 약 30억 달러의 연구 개발을 통해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주2) e-visits: 온라인 진료를 말한다. 미국가정의학회(AAFP)는 온라인 통신시스템 기반을 이용해 이뤄지는 환자 진료 및 건강관리 서비스로 정의한다. e-visits는 의사의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로 국한하며, 서비스 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요금 청구 등에 동의해야 한다고 지침을 정했다. 미국 정부는 환자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건강관리회사에게도 HIPAA(의료정보호법)의 엄격한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주3) Medicare Advantage Plan(MA): 메디케어가 인정한 민간보험회사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메디케어처럼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치과치료, 안경 비용 같은 혜택도 적용된다. 서비스 플랜 종류는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 MSA(Medical Savings Account), PFFS(Private Fee-for-Service), SNPs(Medicare Special Needs Plans) 등이 있으며, 유형에 따라 서비스 이용범위가 다르다.

(주4) Humana Inc: 켄터키주 루이스 빌에 본사를 둔 영리 목적의 건강보험회사. 2014년 현재 미국 내 1300만 명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5만2000명의 직원이 2013년 기준 41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건강보험사다.

(주5) HealthPartners: 1957년 Consumer-governed Nonprofit Health Plan으로 시작한 비영리 건강관리 및 건강보험회사. 미국 미네소타 주 블루밍턴에 소재하며, 180여만 명의 가입자에게 의료보험, 연구 및 교육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비가 주 평균보다 13% 저렴하고, 지역의료보다 4.4% 낮다는 자체 평가다

(주6) virtuwell: 헬스파트너가 운영하는 온라인 진료운영체계. 연중무휴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부비동 및 방광 감염, 눈 질환, 여드름 등 50여 이상의 일반적인 증상을 대상으로 한다. 가정은 물론 직장 또는 여행 중에도 컴퓨터, 태블릿 또는 스마트 폰을 통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가 질문에 답하며, 30분 내에 진단하고 필요하면 약국에 약 처방내역을 보낸다.

(주7) Avera eCARE: 1993년 베네딕토 수녀회에서 만든 건강지원 단체. eConsult 서비스를 시작으로 10년 뒤인 2003년에 eICU, 2009년엔 eEmergency와 ePharmacy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2012년에 만든 가상허브병원인 eHELM을 통해 24시간 연중무휴로 진료를 하고 있다. 미국 12개 주 263개 병원, 진료소, 장기요양시설, 교정시설 및 학교에 양방향 비디오를 설치하고 농촌 등 보건취약계층에게 e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진료인원 100만 명을 돌파한 Avera eCARE는 직원 1만6000명의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원격진료 네트워크이며, 2016년 The Kate B. Reynolds 자선단체가 수여하는 New Rural Award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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