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3.05 09:00

[뉴스웍스=김벼리기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상법개정안이 오히려 중견·중소기업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도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법개정안은 모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위해 회사에 소송을 제기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주주총회에서 2인 이상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가 특정 이사 후보에게 표를 집중해 투표하는 것을 허용하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이 핵심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가 중견·중소기업까지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재벌기업(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법개정안에 담겨 있는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은 중견·중소기업도 거의 해당된다”면서 “재벌개혁법안으로 만들었지만 더 큰 피해는 중견 중소기업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이어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 해당조항도 옛날에 만든 조항이라, 부동산이나 공장설비 등을 포함하면 웬만한 중견기업도 대기업 같은 규제가 적용될 수밖에 없어 외국의 헤지펀드에 무방비로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도 "상장된 중소기업 혹은 벤처기업도 모기업만 상장되어 있지 자회사는 대부분 비상장이 많기 때문에 안팎에서 경영권을 흔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며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IPO를 거쳐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 하지만 지금상태에선 상장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견·중견기업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이 규제 대상으로 삼은 상장회사 가운데 대기업은 14%에 불과하다"며 "재벌개혁과 아무 상관없는 나머지 86%의 중소·중견기업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장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상장 기피 요인으로 작용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법 개정안은 오히려 중소·중견기업을 더욱 힘들게 할 것"고 밝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도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 의무선임은 주주자본주의를 침해 하는 것"이라며 "근로자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이사 선임권을 부여하는 것은 평등원칙 위반으로 다른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중대표소송은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는 제도"라며 "미국, 일본과 같이 100% 자회사에 대해서만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재벌규제 개혁이 사실상 중견·중소기업까지 옥죄기 형태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중견·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석훈 실장은 "현재 상태로 상법개정안이 확정돼 중견·중소기업의 성장에 제약이 되면 기업본연의 활동이 위축되고, 국가경제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정경유착의 근원적인 해결책이 투명성 및 책임성을 갖춘 기업지배구조의 구축에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로 인해 중소·중견기업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이 역시 큰 문제”라며 “중견·중소기업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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