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천기자
  • 입력 2017.03.27 14:11

[4부 새로운 교육-국가교육위원회 만들어 개혁해야]

[뉴스웍스=이재천기자] 한국 국민 중에서 지금 한국의 교육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전후 폐허의 한국에서 고속경제 성장을 떠받쳐온 교육은 ‘망국’ 교육이 되고 있다.

교육의 목표가 초중고 12년간 오로지 대학 입시만을 향하다 보니 이번 기획에서 지적한 선행학습 과다, 대학서열화, 복잡한 입시제도 양산, 사교육 광풍, 공교육·인성교육 실종, 산학 미스매치 등 온갖 적폐만 쌓이게 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입이라는 늪에서 허둥댈수록 더 헤어나올 수 없게 되고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 육성은 더한층 멀어지고 있다.

◆정권·정파 막론한 ‘국가교육위원회’ 만들어 개혁해야

교육은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가계, 기업, 국가의 모든 것과 난마처럼 얽혀있는 요소다. 교육 불평등은 사회 불평등,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져 결국 취업부터 결혼, 출산에 이르는 모든 문제에 악순환을 불러오고 국가경쟁력을 위협한다.

현재 한국 교육이 얼마나 심각한 비정상인지 다 알지만 정권마다 공약 때만 목소리를 높였다가 실제 현실에서는 미증유의 후유증을 예측할 수 없어 이 환부를 도려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2017년 개혁의 변곡점을 맞은 지금이야말로 환부에 과감하게 메스를 대야 한다. ‘비선실세’ 최순실은 딸 정유라를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시켜 교육농단의 주인공 자리까지 꿰차면서 권력과 특권층에 취약한 한국 교육의 ‘민낯’을 보여줬다.

모든 것을 바로 세우고 싶은 국민적 열망이 분출되고 국가시스템을 개조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최고조에 이른 바로 이 때 혁명적 수준의 교육 개혁을 통해 백년대계를 새로 세워야 한다.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개혁 요구 가운데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인 교육을 바로잡아야 이 나라의 미래가 다시 밝아진다.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출마를 천명한 후보마다 앞다퉈 백가쟁명식 교육개혁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가 바뀌고 포퓰리즘적 교육정책이 난무해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치·사회지도자, 교육전문가, 언론계, 학부모 대표가 두루 참여하는 초당파적 협의체인 ‘국가교육위원회’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위원회가 교육개혁을 책임지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제도의 비전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교육의 기본 목표로 돌아가자

가장 먼저 교육의 기본적인 목표에 충실해 교육을 리셋할 필요가 있다.

학교교육의 목적은 지적, 도덕적, 체력적(지덕체), 즉 전인적 인격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인간의 지력과 체력이 사회에 필요한 재화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발달되고 공동체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도덕적 성장을 갖춰야 그 사회가 유지된다. 학교교육(공교육)은 개인의 능력을 키워 개인간 격차를 좁히고 인성을 도야해 공동의 가치를 지향하도록 함으로써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한국의 공교육은 실패했다. 여전히 암기식과 주입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교육은 개인의 능력을 키워주지 못했고, 갈수록 창의성, 협동성, 배려심이 없어지고 자기중심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는 세태는 인성 교육을 실종시켰다.

경인교대 김왕준 교수는 현재 한국의 공교육이 오히려 개인간 격차를 공적으로 인증하고 더 나아가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는 제도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학교교육을 통해 드러나는 개인 차이가 과도한 보상 차이로 연결됨으로써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썼다. 과도한 보상 차이는 과도한 경쟁을 촉발시켜 교육의 본질을 무너뜨리는데, 따져보면 학교의 극심한 경쟁은 사교육 비용, 정보 격차, 정서적 지지 등 학생 개인이 아닌 학부모의 자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부모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불평등이 교육 격차를 낳고, 교육 불평등은 다시 경제적 불평등으로 자녀 세대까지 이어지면서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악순환의 사이클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4차산업혁명에 맞춰 교육 패러다임 바꿔야 고용 창출 가능

지난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역사적인 대국으로 인해 4차산업혁명이 몰고올 세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산업구조에서는 단일 기술 분야의 발달뿐만 아니라 해당 기술들의 융복합 및 인성, 감성 등이 강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의사, 관제사, 손해사정인 등 상당수 전문직종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반면 예술가, 변호사, 연예인 등 창의적이거나, 인간의 감성이 필요하고 대상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는 직업들은 AI가 사람을 대신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세계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는데도 우리 교육은 아직까지 70년대 옷을 벗지 못하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국영수 점수따기, 실수안하기 기계가 되는 길을 향해 내달릴뿐 예술도, 책읽기도, 체력단련도 다 뒷전이다. 최첨단 AI 시대를 살아가려면 창의성과 논리력, 감성을 기르고 타인과의 협력·배려 등을 고민하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미 지난해 실업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나들며 사상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기업들도 ‘세상에 없던 제품과 시장’으로 일자리를 만들려면 창의적·혁신적·도전적인 인재 확보가 필수다.

과거 경제개발기에 교육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듯 4차산업혁명기에도 교육이 고용으로 연결돼 가정경제,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말 고용과 4차산업혁명의 연결고리로 '교육개혁'을 지목했다. 이 총재는 "기술변화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어 빨라지고 있는 만큼 미래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며, 특히 교육제도가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교육체계는 현존하는 직업군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방식으로 미래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면서 "교육 제도가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창조적 사고능력을 키워 새로운 직업을 스스로 발굴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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